전기차의 수요 증가에 가장 민감한 것이 바로 전력망이다. 앞선 블로그에서 전기차의 전력의 충전과 그에 따른 전력망과의 관계를 자주 언급했다. 그런데 그런 것만으로는 앞으로의 전력망 운영에 한계를 가지게 된다.
전력관리가 왜 전기차의 대중화에 영향을 줄 것인지 그 부분을 오늘은 집중적으로 다루어 보겠다.
1. 전기차 보급과 전력부하 계산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50~100kWh의 충전을 한다. 대략 한 가정에서 1달간 사용하는 전력량이 250~300kWh라고 할 경우 1회 충전으로 적게는 1/5 또는 1/3의 전력을 전기차가 저장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 가정의 전력소모는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하지만 전기차의 전기소모는 상대적으로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소모되는 전기량은 대략적으로 1일 기준 5~10kWh 정도 된다. 여름과 겨울철에는 그 사용하는 전력은 증가하지만 가정내 존재하는 가전기기의 급격한 변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큰 변동은 없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충전패턴에 따라서 하루하루 전력소요량이 급격하게 달라지게 된다.
현재는 전기차의 보급이 전체 5% 미만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20% 이상 증가하고 특히 대단위 아파트 등의 곳에서 30%를 초과하게 되는 상황이 나타나면 결과적으로 전력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각 지역별 전기차 수요와 공급을 예상하고 그에 맞추어서 지역별 전력망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보급과 그에 따른 소모되는 전력량을 계산하여 전력부하에 대한 기준도 수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특정 시간대에 블랙아웃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2. 전력망의 고도화
전력부하를 계산하게 되면 이제는 전력망을 손봐야 한다. 단순히 필요한 전력 예를 들어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거나 하는 상황에서 전력소요에 따른 전력망을 구축했다면 이제는 전기차 보급률에 따른 지역별 전력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예를 들어 A지역에 1만대의 전기차가 보급된 경우 평균 60kWh의 용량으로 산정할 경우 1회 완전충전으로 잡을 경우 약 60만Kw 즉 60MW가 필요하게 된다. 전기차의 사용빈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으나, 평균 3일 정도로 본다면 일 기준 20MW의 전기가 추가로 소모되게 된다.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고 대도시의 경우는 그에 따른 지역별 구간별 전력소모에 따른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이게 된다.
특히 고속충전 중 300kWh 이상의 충전시설의 경우 그에 따른 변전설비까지 같이 확충하게 되어서 지역간의 충전소 유형별로도 다양한 전력망의 구조를 다르게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구형 아파트의 경우는 아파트 배전설비 용량 초과에 따른 증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확산되는 전기차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위해서 정부에서는 변압기 증설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일부 비용은 해당 거주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됨에 따라서 반발도 있다.
이처럼 전력망의 고도화는 전기차 보급에 따라서 수요와 공급을 면밀히 보고 그에 따른 확충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 여름 또는 겨울에 블랙아웃을 경험하게 됨에 따라서 전기차의 보급만이 능사가 아닌 전반적인 고려가 시급한 상황이다.
3. 전력 Peak Time의 변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전력 Peak Time은 대부분 한 여름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에어컨 등의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는 것으로 대부분은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건물 내 가전기기와 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소모에 따른 것으로 전기차는 배제되어 있다.
하지만 전기차의 보급과 충전에 따라서 이런 전력 Peak Time은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지금이야 전기차 보급중으로 심야전력의 저렴한 비용으로 충전할 수 있고, 일반 충전도 내연기관의 연료비에 비해서 낮게 유지되고 있다. 또한 아직은 전기차가 전력 Peak Time에 영향을 줄 수준의 보급도 아니다.
전기차의 보급에 따라서 전력 Peak Time은 변화하게 된다. 퇴근 이후 충전이 일상화 될 경우 현재의 심야전력은 오히려 전력 Peak Time으로 변화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겨울 영하 -10도의 강추위에 전기차의 충전수요와 가정의 전력수요가 맞물리게 될 경우 오히려 심야에 전력 Peak Time이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의 충전의 패턴을 명확하게 분석하지 못한다면 이런 전력 Peak Time의 변화에 따른 전력망 자체의 엄청난 부하에 따른 필수적 가정용 전력소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서 전기차 보급과 그에 따른 충전분산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심야전력 중심으로 되어 있다면 낮시간 대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경우 심야보다 더 큰 충전비용의 절감을 한다던가, 전력망 내에서 예약충전을 하는 경우 그에 따른 Benefit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사전에 고려하여 설계를 하는 것이 변화하는 전력 Peak Time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4. 재생단력적 요금제 운영
지금은 심야전력, 완속충전, 급속충전 등으로 요금제가 단순하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서 기존의 전기요금은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전력 Peak Time에 따라서 전기요금도 차등으로 적용될 것이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충전과의 연관성의 확보이다. 현재와 같이 심야전력으로 제공하는 것은 기존의 발전원(화석, 원자력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로 태양광발전의 경우 낮시간대에 활용성이 높기 때문에 전기차의 전력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런 충전관련 비용의 재생에너지 연계구조를 만드는것이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풍력을 활용하는 것도 존재하지만, 풍력의 경우 발전자체가 비정기적이고 예측도 불가능하다. 태양광은 그날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지만, 풍력은 지역, 위치, 고도 등에 따라서 발전량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최근에 기후변화로 인해서 일부 유럽지역의 풍력발전량이 급속하게 저하되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의 연계를 시켜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현재의 충전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충전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충전에 우선을 두고 그에 따른 탄력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높은 시간대의 충전의 경우 충전요금을 저렴하게 하고, 탄소배출되는 전기의 경우 충전요금을 올리는 식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현재의 고정화된 충전방식이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기반 충전으로 전환을 통한 요금제의 도입이 중요한 이유이다.
5. 스마트그리드에서 AI그리드로...
스마트그리드로 현재의 상황은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사항들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개입하는 것 이상으로 AI의 활용이 중요한 상황이다. 에너지원의 관리부터 송배전 그리고 소비까지 이루어지는 전체적인 구조의 관리를 이제는 인간이 아닌 AI기반의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전기차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다. 가정의 전력은 대략적 집계가 필요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략적 소모되는 전기량의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의 전기량이 필요한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기차의 데이터 즉 공공데이터 전략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정보는 필요 없지만 전기차의 충전정보만 관리되고 그에 따른 충전패턴, 예약정보 등을 관리하고 그에 따라서 전력소모량을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 등록 등을 통해서 지역별 전력망 현황을 분석하고 확장 가능한 곳들에 대해서는 사전에 예측정보를 통해서 전력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전기차 보급이 아니라 전기차 환경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정부와 민간이 같이 추진해야 하지만 대부분 정부의 보급정책과 맞추어서 전략을 수립하고 일부는 민간에 위탁해서 전체적인 전기차 시대에 맞는 전력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서 요금제의 탄력적 운영을 통해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기차의 주요 전력원을 재생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기후위기와 Netzero에 부합하게 될 수 있다.
더이상 ESG Washing은 한계가 있다. 진정한 ESG와 기후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