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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6일만에 210Km의 제주도 일주를 마무리 했습니다. 우려와는 달리 처음 2일을 잘 견딘 덕분에 마지막까지 일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6일간 도보 일주를 하면서 도보 여행시 미리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지도로 측정한 거리에 2~3Km는 추가로 감안할 것 


처음에 계획을 세울때보다 실제 걸었던 거리가 대부분 2~3Km를 넘었습니다. 이유는 걷는 것과 차나 자전거로 가는 것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30Km 기준으로 2~3Km는 추가로 감안해야 하루 걷는 실제 거리를 알 수 있습니다. 3Km는 대략 30~4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로 자칫 시간계산이 잘못되어 날이 저문 상태로 걸어야 하는 문제에 부딛칠 수 있으니 반드시 측정거리 +2~3Km를 하시기를 권합니다.

 

2. 초반 2일 정도는 시속 4Km, 총 길이 25Km 내외로 걸을 것 


앞에 일주 후기에서도 보셧듯이 앞 2일이 가장 힘든 구간이였습니다. 몸도 풀리지 않은 상태고 마음도 준비가 덜된 상태이기 때문에 무리하다보면 오히려 이후 걷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특히나 발의 물집의 경우 장시간을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부위가 커지기 때문에 가급적 초반 2일정도는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걷는 것이 좋습니다.

 

3. 쉬는 것을 가급적 줄이고 쉴 경우 신발을 풀지 말 것 


처음에는 쉬면서 신발도 벗고 발의 피로도 풀어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걸어보니 오히려 이런 행동이 더 많은 통증을 유발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오래도록 신은 신발이면 이런 문제는 덜하겠지만 도로를 걷는 것이기 때문에 발이 걸으면서 위치를 잡게 되고 그 상태로 계속 걸을 경우 큰 통증은 없습니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발을 푸는 순간 잡혀있던 발의 모양이 풀어지면서 다시 신발을 신고 걸을 경우 발이 제자리를 찾을때까지 통증이 지속적으로 오게 됩니다. 대략 20~30분 정도 지속되다가 위치가 잡히면 통증이 줄어들어 걷기가 조금 수월해 집니다. , 신발을 벗지 않는 조건은 어디까지나 땀이 차지 않을 경우를 의미합니다. 일반 운동화 처럼 땀이 차는 경우 오히려 발이 땀속에 있게 되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4. 2차선 도로의 경우 반대 차선으로 걸을 것 


도로가 좁을 경우 차를 등지고 걷는 것보다는 바라보고 걷는 것이 좋습니다. 등지고 걸을 경우 뒤에서 오는 차를 확인할 수 없어서 좁은 도로의 경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가급적 좁은 도로의 경우 차를 마주보고 걷고 큰 트럭의 경우는 잠시 도로 옆으로 비켜나서 사전에 위험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5. 지도 이외의 길은 피할 것 


걷다 보면 지도에 나오지 않은 길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실제 2일째 넓은 길에서 좁은 길로 바뀌는 길이 있었는데 눈으로 보기에 넓은 길이 포장중이여서 이쪽으로 가면 더 빠르겠다 싶어 걸었으나 걷다가 위치를 확인하고서는 반대로 걷고 있는 것을 알고 다시금 돌아 가야 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차나 자전거와 다르게 잘못 들어서서 2~3Km만 가더라도 돌아가는 시간은 족히 1시간이 소요됩니다. 별거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하루 일정을 망칠 수 있기에 가급적 예정된 길 이외의 길은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나 힘들때 이런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돌아가는 길일 수 있으니 힘들더라도 정도를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체력을 믿지 말 것 


도보 여행은 체력은 크게 소비되지 않습니다. 실제 몸무게도 2Kg 내외 정도 빠진듯 합니다. 도보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지구력입니다. 30Km를 거의 10시간 동안 꾸준히 걷기 때문에 지구력이 부족하면 중도에 포기하게 됩니다. 오히려 체력이 좋은 경우 과신한 나머지 처음 빠른 페이스로 인해서 10~20Km 구간에서 급격하게 저하되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도보 일주를 한 분들 중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 2일 이내 급격한 체력저하가 원인이였습니다. 빨리 가기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걷는 다는 생각으로 느린 소가 만리를 가듯이 천천이 꾸준히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

 

7. 거리와 등고선을 같이 고려할 것 


실제 지도상으로 잡을때 평지 기준으로 거리를 측정합니다. 하지만 도로는 평지만 있지 않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존재합니다. 특히나 경사가 심한 경우는 더 빨리 지치게 됩니다. 거리가 짧지만 그 길이 언덕길이라면 오히려 거리가 길고 평지인 길이 훨씬 수월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실제 3일째 되는 날 1Km 정도 빠른 길이라 판단하여 갔던 길이 오르막의 연속길이여서 후반부 체력저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급적 코스를 잡을 경우 등고선 있는 지도를 참고하셔서 잡으면 보다 안전한 도보 여행이 될 것입니다.

 

8. 음악을 들으며 걷지 말 것  


처음에는 힘들어서 음악을 들을 생각도 못하다 조금 편해진 3일째 부터 음악을 들으며 걸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음악을 들으며 걸으니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위험한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도보 여행에서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갑작스런 상황에서 대응하려면 주변 소리에 귀 기울이고 걸어야 안전하게 도보를 하게 됩니다. 특히 도로로 걷게 될 경우는 특히 중요합니다. 음악 보다는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신다면 오히려 더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9. 가급적 혼자 걸을 것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도보 여행을 할 때 목적을 가지고 걷기 때문에 가급적 혼자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만약 혼자 가지 못할 경우 걸을 때는 혼자 걷듯이 걷는 것이 좋습니다. 도보 일주에 실패한 경우가 동료와 함께 떠난 여행 중 동료가 불가피하게 걷지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인한 중도 포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재미난 것은 도보 일주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이 혼자 걸은 사람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만약 친구와 같이 걷게 되었다면 목적지를 정하지 말고 친구와 대화하며 걷다가 어두워지면 근처 숙소에서 쉬는 형태의 여행이 좋습니다.

 

10. 비 오는 날은 가급적 넓은 도로로 걸을 것. 


4일째 비오는 날 해안가의 비바람을 피해서 주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로 걷게 되었을 때 갓길이 없어 더 위험했던 생각이 납니다. 제주도의 주 도로는 대부분 자전거 도로가 차도와 분리되어 있어서 안전하게 걸을 수 있지만 일반 도로는 갓길이 좁아서 지나다니는 차와 사고날 위험이 높습니다. 특히 빗길은 앞에 사람이 잘 구분이 안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은 더 높게 됩니다. 가급적 날씨가 좋지 않거나 어두운 경우 넓은길로 걷는 것이 사고예방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11. 우의는 재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구비할 것  


도보 여행을 하다보면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비가 올 경우 비에 젖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고 소지품이 젖어서 향후 일정에 차질을 줄 수 있습니다. 우의 대신에 우산을 사용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주도처럼 바람이 많은 곳은 우산만으로 비를 막기에는 역부족 입니다. 비닐재질로 된 일회용 우의보다는 재활용이 가능한 우의를 구비한다면 갑작스런 변화에 대응하기도 편하고 우의가 회손될 우려도 적기 때문에 안정적인 도보를 할 수 있습니다.

 

12. 사전에 공사정보를 파악 할 것. 


이번 도로 일주에 2일째 코스와 6일째 코스에서 도로공사가 진행중이였습니다. 당연히 노면은 고르지 않았고 3~6Km 정도 걷는 길이 일반길의 두배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코스를 정했다면 사전에 해당 지역의 공사정보를 파악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참고로 공사중인 도로는 길도 문제지만 도로가 좁아지고 공사를 위한 중장비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여 가급적 코스변경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13. 게스트하우스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것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하기 전에는 잘 몰랐던 것으로 게스트하우스별 특징이 있습니다.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스트하우스와 쉬는 게스트하우스로 구분됩니다. 어울리는 게스트하우스는 그날 모인 사람들과 늦게까지 즐기는 곳이지만 어울리는 것을 꺼려하는 여행객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쉬는 게스트하우스는 말 그대로 10시면 숙소 불을 끄고 바로 취침을 하는 곳으로 목적을 가진 여행객들에게 좋고 특히 한라산 등반하는 경우에 좋습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 여행에 목적에 따라 사전에 알아보고 자신이 원하는 취향의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시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정도 정보만 있어도 도보 여행을 할 때 대부분의 위험 요소는 없앨 수 있습니다. 여행은 준비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셔서 사전에 미리 준비한다면 유익한 여행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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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의 기록을 마무리 하기 위해 5년이 지난 시점에 나머지 블로그 정리합니다]

[도보경로 : 성산일출봉 – 감녕해수욕장 – 함덕서우봉해변 - 삼양검은모래해변 – 제주공항]


<성산일출봉의 일출>


아침
 5시반에 일어나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고 6일차 일정을 시작합니다. 
사실 일출을 볼 생각은 없었지만 막상 새벽이 되니 사람들도 들썩거리고 지난번 왔을때 보지 못한 일출의 아쉬움도 있어서 이번에 속는셈 치고 한번 보러가자 싶어 일출을 보러 갔습니다. 들리는 말에 일출을 볼 수 있는 날은 60일이 체 안된다는 말에 갈등을 했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자 해서 간 덕분에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아침까지도 몰랐던 것이 묵었던 게스트하우스가 일출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여서 전날 피로가 풀리기도 전에 새벽부터 일어나는 사람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된 곳입니다.


<성산 일출봉에서 본 한라산>

그렇게 새벽에 성산일출봉에 올라가 일출을 보는데 재미난 것은 일출 반대편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오를때 한라산 방향으로는 어둠속에 가로등 빛만 보일 뿐이였는데 막상 일출이 시작되면서 한라산까지의 오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마지막으로 한라산이 보이는 장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출을 한번정도 보신 분이라면 반대편을 보는 것을 추천)


<제주 해안도로에서 본 우도>

일출을 보고 다시 숙소로 짐을 챙겨서 출발한 시각이 7시.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옆에 평평한 섬이 하나 보여서 어떤 섬인가 봤더니 우도였습니다. 아마도 제주도 바로 옆에서 본 사람들이 없다보니 평평하다는 생각을 못할 수도 있는데 정말 수평선에서 조금 위로 올라온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높은 곳이 우도봉의 등대가 있는 곳이구요

도보일주 중 이날이 가장 몸이 가벼웠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4km~4.5km의 평균속도로 10시간~12시간에 최대 40Km정도 걸었다면 이날은 5km를 넘어서는 평균속도로 예상보다 빠르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괴롭혔던 생각에서 해방이 아닌가 합니다. 마음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자연을 벗삼아 하루하루 걷다보니 어느덧 마음은 가벼워지고 그에 따라서 몸도 가벼워진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주 지미봉>

그렇게 걷다보니 원래 일정으로는 함덕서우봉이 목적지였으나 예상보다 빠른 1시반에 도착하였습니다. 내심 2시전까지 함덕에 도착하면 그냥 제주공항으로 한번 가보자 했는데 2시전에 도착해서 목적지를 제주공항으로 바꾸어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도보여행은 참 어려운 것은 예상치 못한 도로사정이 애를 먹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로부터 1시간 정도 걸은 다음에 엄청난 길이의 도로공사 현장을 지나야 하는 구간이 나왔습니다. 도보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은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자갈길인데 공사현장이 딱 그 길이였습니다. 

도보여행 중 가장 힘든 것은 바로 도로 노면상태. 노면상태가 고르지 않으면 걸을때 마다 발바닥에 통증이 고스란히 전해지게 되어 걷기 힘들고 속도도 안나게 됩니다. 도보 여행 중 가장 힘든 구간이 바로 이 공사구간 6Km로 이전까지 시속 5Km 내외로 걷다가 이곳에서 시속 3Km내외로 줄게됩니다. 

거기에 발의 통증이 증가하여 이후
 15Km는 둘째날의 그 고통의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은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여유를 가진 걸음은 힘든 속에서도 희망을 찾게 됩니다. 표지판에 공항까지 6Km라고 되어 있는 것에 웃음이 나옵니다. 차로가면 5분도 안걸리는 거리인데 걸으면 1시간반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너무 바쁘게 정신없이 살아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주공항>

그렇게 스틱에 의존하며 간신히 간신히 걷다보니 이제는 어느덧 날아가는 비행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1830분…. 중간에 쉬지도 않고 11시간 넘게 50Km를 걸어왔습니다. 쉬면 힘들어서 더 쉬고 싶어져서 그냥 걸으며 쉬고 싶을때는 스틱에 몸을 기대고 잠시 서있다가 출발하기를 반복하며 둘째날까지 생각할 수도 없었던 50Km를 걸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하루 앞당겨 제주도 일주를 완주하고 21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5박 6일의 도보여행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시작할때 가능할지 의문을 가진 도보여행이지만 막상 완주를 하고나니 짧은 6일동안 얻은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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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의 기록을 마무리 하기 위해 5년이 지난 시점에 나머지 블로그 정리합니다] 

5일째 가장 짧은 거리를 걸었습니다. 
대략 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허브동산 - 신산 신양해안도로 - 섭지코지-성산일출봉(우도)]

어제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부슬부슬 내리다 9시쯤 멈추었습니다. 전날 젖은 신발이 걱정되어 아침에 부랴부랴 게스트하우스 뒷편의 난로에 말려서 뽀송뽀송한 신발로 아침을 출발하게 됩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이곳 숙소에서는 아침으로 빵이 아닌 미역국의 아침을 먹게되어 여행 처음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합니다.

오늘은 성산일출봉까지 25Km로 가장 짧은 구간입니다. 그래서 일주도로에서 바로 해안도로로를 따라가다 올레 1코스로 접어드는 구간으로 변경해서 5일째 여정을 시작합니다5일째 도보의 변화를 주었는데 그건 바로 목적지까지 안쉬고 걷는 것입니다. 어제 비가 왔지만 10Km씩 끊어서 걸었을때 큰 어려움이 없어서 이번에는 목적지까지 쉬지 않고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걸었습니다.

다소 늦은 9시에 출발한 여정이지만 어제 내린 비로 길의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안도로로 접어들자 역시나 부는 바람. 세차게 불어 파도소리를 담을려고 동영상을 찍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바람소리만 납니다

동쪽해안도로를 걷다보니 유독 양식장이 눈에 많이 보입니다. 서쪽과는 다르게 동쪽해안에는 양식장이 많아서 광어부터 다양한 어종들의 양식장이 쭉 늘어서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그런지 동쪽 해안은 큰 매력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건물에 양식을 위해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파이프들만 보이는 해안도로라서 그런지 지나는 차들도 양식차들 이외에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어제 내린 비로 여전히 해안은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도 높은듯 합니다. 신선한 바람이 있으니 상쾌하기도 하고 점점 걷는 걸음도 덜 힘든듯 합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섭지코지도 보이고 성산일출봉도 보입니다예전에 왔을때 올레 1코스의 길이 있는지 몰랐지만 이번에 우연히 걷게 되었는데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 마냥 이쁩니다

광치기 해변에 접어드니 수학여행온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모를 아이들과 뒤섞여 성산일출봉을 지나 목적지 숙소에 도착하니 2시가 조금 안되어 잠깐 짬을 내어 우도를 보러 선착장으로 갑니다
.


<좌측: 우도봉, 우측: 우도에서 본 성산일출봉)


우도를 꼭 가보라는 말에 우도에 배를 타고 도착했지만 어제의 비로 인해 파도도 높고 바람도 많이 불어 도보여행으로 인해 발의 상태도 좋지 않아서 우도일주 버스를 타고 주요 여행지만 살짝 구경만 하였습니다.

참고로 우도는 평평한 땅으로 되어 있어서 나무가 없습니다. 일부 나무들은 최근에 심은 것으로 우도봉으로 올라갈때 정말 바람이 너무 불어서 절벽쪽으로 바람으로 밀려날만큼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입니다. 


<좌 : 산호사 홍조단괴 해수욕장 _ 우 : 하고수동해수욕장.>

그리고 유명한 해변도 구경도 못하고 버스로 돌아왔는데 이유는 바람에 모래가 날아다녀서 고개를 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도여행을 하시려는 분들은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도 여행은 순환버스를 타는 방법이 가장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관광명소를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버스로 순환표를 구매하면 어디서든 버스를 탈 수 있으니 여행을 즐기시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짧게 1시간 내외로 순환버스로 간단하게 우도의 명소들만 구경하고 마지막 배편으로 다시 성산포로 이동하여 숙소로 이동하였습니다. 

성산일출봉 인근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할 경우 참고할 것은 일출을 보기위한 게스트하우스와 사람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나누어져 있다는 점. 일출을 보기위한 게스트하우스는 별도의 식사나 저녁늦게까지 대화는 거의 없고 대부분 10시 내외로 취침에 들어가고 5시반내외(계절에 따라 유동적)에 기상하니 게스트하우스 예약 시 이부분을 확인하면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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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기대와는 반대로 아침부터 비가 온다.

 

어제 저녁 별을 보며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한편으로는 잘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제주 도보 일주에 하루정도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스트레스가 쌓일때 우산이 있어도 소낙비를 맞은 적이 종종 있었다. 속옷까지 완전히 젖을 정도로 비를 맞은 뒤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개운함과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좋은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빗길 도보는 처음이라 이래저래 고민이 되었다. 특히나 신발이 젖을 경우 걷는데 무겁기도 하고 발이 불어서 이래저래 힘들것 같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

 

어제 저녁 즐겁게 대화한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을 뒤로 하고 어김없이 장비를 꾸렸다.

기본 자켓과 방수바지를 입고 가방에 방수덮게를 씌울까 하다가 출발전날 구입한 우의를 입기로 했다. 자켓과 바지는 방수제품이라 걱정은 없지만 제주도의 바람이 우려되어 우의도 별도로 입어 배낭까지 모두 덮을 수 있도록 했다.

신발은 가급적 젖지 않도록 비닐로 윗 부분을 감싸고 테입으로 고정했다. 덕분에 20Km 정도는 가볍게 걸을 수 있었다.

 

4일차 도보 경로는 이렇다.

서귀포시 - 일주도로(남원리-태흥리) - 허브동산 - 숙소

오늘 비가 올것을 대비해서 어제 6Km 정도를 더 걸어서 오늘은 30Km정도 목표로 걷기로 했다.

표선해수욕장 근처로 잡으려 했으나 길도 문제고 다음 목적지인 성산일출봉의 길목으로 가기 위해서 길을 잡았다.

 

어제부터 발의 통증은 많이 줄었다. 특히나 물집이 생긴곳이 빨리 굳은 살로 바뀌면서 통증이 줄어든듯 하다.

오늘은 비가 오는 관계로 쉬는 곳이 마땅치 않다. 가급적 일주도로로 가고 버스 승강장에서 쉬는 것으로 했다.

 

비가 오다 어느정도 그치겠지 하는 심정으로 계속 걷는데 왠만해서는 그치지 않는다. 모자와 우의를 때리는 빗소리가 그리 나쁘지 않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10Km 기준으로 쉬기로 했다. 비가 오니 사진 찍기도 그렇고 그냥 묵묵히 빗길을 걸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 경로에서는 도로의 위험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25Km 지점까지 일주도로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비가 왔지만 이전처럼 불안하게 걷지 않아서 다행이였다.

 

묵묵히 계속 걷다보니 어느덧 10Km 지점에 도착했다. 마침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 

<4일차 유일한 사진 - 빗길을 달리는 자동차>

 

우의를 벗고 배낭을 의자에 내려 놓으니 편하다. 우의를 벗을때 우의 안쪽에 물이 있어서 물이 안으로 들어왔나 싶었는데 땀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우의 안에 맺힌듯 싶다. 자켓이 투습기능이 있어서 땀이 밖으로 나왔다가 우의 안쪽면에 맺혀서 마치 비가 안으로 들이친 것 같았다.

 

다행이 배낭은 졎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워 우의 옆쪽에 공기가 통하도록 조절을 했다.

오늘도 아침 식사는 바나나와 물이다. 그런데 오늘 점심은 왠지 먹기가 어려울듯 하다. 비도 오고 우의 벗고 하는 것도 번거롭기도 하고 마땅히 식사할 곳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은 건너뛰고 그냥 걷기로 했다. 10Km 단위로 끊어서 2번쉬고 숙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다시 배낭과 우의를 입고 출발했다.

 

제주도 도보를 시작하면서 버스정류장이 조금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듯 하다. 제주도 버스 정류장은 다른 곳의 정류장과는 좀 다르게 앞부분까지 반가까이 막혀 있다. 이유는 워낙 바람이 많이 불다보니 안으로 들이치게 되어 앞부분도 막은듯 싶다.

 

이날도 버스정류장에 잠시 휴식을 하는데 비가 바람을 타고 들이쳤다. 제주도의 3多 중에 바람이 있는 이유를 알듯 하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분이라면 우산보다는 우의를 권장한다. 바람으로 인해서 우산도 잘 못버티지만 우산으로 비를 막을 수 없어서 큰 도움이 안된다. 그리고 우의도 천원대 우의는 바람에 못버틸 수 있으니 가급적 좋은 것으로 하는 것이 여행중 비에 버틸 수 있지 않나 싶다.

 

이날부터 빗소리를 들으며 한결 여유롭게 음악도 들으며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니 어느덧 20Km. 어제보다 페이스가 좋다. 하지만 슬슬 신발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이제 대략 10Km 정도 남은듯 하다.

 

문제는 6Km 정도 남은 지점부터였다. 어제도 느꼈지만 등고선과 도로의 폭이 문제였다. 대략 24Km 부분까지는 수월하게 왔는데 토산리에 접어 들면서 일주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로 전환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송천교에 다다를 즘 바닷가와 인접해서인지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쳤다. 뭐 우의를 입고 있어도 비바람이 몸을 휘휘 감아 버린다. 스틱으로 간신히 버티며 앞으로 가다가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몸을 피해 경로를 다시 확인했다. 일주도로를 따라가자니 거리도 거리고 바람도 해안가 근처라서 심할듯 하여 토산중앙교차로에서 마을길로 전환을 했다.

 

문제는 이때다. 마을길로 한 1Km 정도 가니 오르막이 시작되고 갓길도 좁아지기 시작한다. 더욱이 공사를 하는지 비가 오는 와중에 덤프트럭들이 씽씽 달린다. 결국 이 길로 접어들면서 신발은 완전히 젖어 버렸고 설상 가상으로 발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항상 느끼지만 도착전 5Km는 마의 구간이다. 이 구간이 편해야 하는데 마을길이라 샛길도 많고 갓길도 좁고 이래저래 고생이다. 거기에 도로는 비로 인해서 강물처럼 빗물이 흐른다. 지도상으로 몇번의 갈림길을 가야 하는데 지도와 실제 도로와 구분을 하기에 어렵다. 계속 가다 멈추고 길 확인하고 다시 멈추기를 반복하니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지고 통증은 통증대로 점점 증가한다.

 

대략 2Km 정도 남았을때 최악의 코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화마을회관부터 숙소 근처의 허브동산 구간이다. 이 구간이 힘들었던 이유는 갓길도 없을 뿐더러 빗물이 흐르는 도로에 주변 나무들이 우거져 자동차들이 나를 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의가 회색이라 잘 시별도 안되는 상태에서 지나는 자동차는 위협적이다.

 

바로 반대차선으로 옮겨서 길을 걸었다. 2Km 밖에 안되는 길이였지만 정말 10Km 이상 멀게만 느껴졌다. 작년에 허브동산에 왔던 기억에 금방 나오겠거니 하며 걷는데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는다. 발은 발대로 아프고 기대는 계속 좌절로 바뀌고 점점 물에 젖은 발은 무겁기만 했다.

 

그렇게 30분정도 갈 거리를 거의 50분여분만에 간듯 하다. 그디어 허브동산이 보인다. 그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과 같을 것이다. 거기서 조금 더 걸으니 숙소가 나온다. 힘겹게 숙도에 들어서서 오늘이 일정을 마무리 했다.

 

우의를 벗으니 우의 안쪽에 물이 흥건하다. 우의는 투습기능이 없나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신발도 오늘 처음으로 벗어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발은 퉁퉁 불어서 하얗게 되었다. 바지도 방수바지를 입어서 땀이 배출되어도 방수바지 안쪽에 도로 맺힌 문제로 바지는 땀으로 젖었다.

 

친철한 주인 분의 안내로 샤워하고 옷 갈아입으니 살것 같았다. 대략 거리를 보니 30Km 조금 넘은듯 한데 어제보다 속도는 더 빨리 온듯 하다. 출발을 7시반정도 했는데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시각이 4시정도 되었다. 비속 30Km 도보치고 잘한듯 싶다.

 

오늘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짝 게스트하우스' 이다. 금액은 2만원, 저녁 바베큐는 1만2천원으로 비가 오지 않았으면 참숱으로 하는데 비가 온 관계로 현무암 돌판(?)으로 된 판에서 게스트하우스 사람 5명과 같이 식사를 했다.

 

내일은 비가 그치기를 바래 본다.

 

------------------------ 숙소소개 ------------------------------

숙소 : 짝 게스트하우스

위치 : 제주허브동산 근처

금액 : 20,000원(저녁 1만2천원 - 바베큐)

시설 :

- 식당을 개조한 곳으로 넓은 거실이 특징(욕실은 화장실을 개조하여 조금 개선이 필요)

- 방은 12인실, 8인실 두개로 되어 있음.

- 뒷편 비닐하우스에서 저녁(바베큐)를 먹으며, 안에 나무 난로가 있음.

- 세탁 무료이며 신발도 말려줌.(단, 이날 도구가 사라져서 못말림. ㅡ.ㅜ)

- 아침은 다른곳과 다르게 미역국에 밥이 나옴.(빵이 싫었던 나에게 첫 아침 식사를 먹음)

- 23시에 취침.(5월부터는 별도 방갈로를 오픈해서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제공 예정이라함.)

분위기 :

- 자수성가한 주인 분이라 의욕도 좋고 이런 저런 대화하기도 좋음

- 뒷편에서 바베큐를 먹으며 맥주도 마실 수 있음.(단, 술은 판매하지 않으니 사전에 준비 필요)

- 한라봉 농사도 같이 하고 있어서 한라봉도 같이 구매할 수 있음.(조그만 한라봉은 방문자들에게 무료로 줌)

- 주인 아저씨의 인생 역경을 들으며 나름 삶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갖음.

- 추천대상 : 사람과 어울리기 원하는 분, 인생에 대해서 무언가 얻고자 하는 분(주인분과 대화 필수)

- 비추천대상 : 시설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 분(깔끔한 욕실을 원하는 여자분은 싫어할 수 있음.)

- 산방산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있어서 할인권도 받을 수 있음.(허브동산 할인권도 있으니 잊지 마시길..)

 

------------------------ 넷째날 도보 총평 ------------------------------

1. 일반우의 보다는 조금 값이 나가는 우의 권장(비바람 대비)

2. 신발이 언제 젖느냐가 그날의 도보 거리를 좌우함.(가급적 빗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

3. 방수제품을 신뢰하지 말것(발수기능이 없으면 방수제품이라도 오랜동안 비에 노출되면 젖음)

4. 항상 강조하지만 속건성 제품은 필수(이날 신발도 유일하게 마름)

5. 주 도로가 아닌 곳은 갓길이 없으니 비오는 날은 가급적 주 도로로 다녀라(사고 위험 높음)

6. 비오는 날은 해변도로보다는 해변과 떨어진 내륙도로를 이용(비바람으로 보행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이 높음.)

7. 올레길 여행을 생각한다면 우산보다는 우의를 지참(비바람으로 우산은 거의 사용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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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까지 내리던 비는 말끔히 그쳤다. 파란하늘과 푸른바다가 아침을 밝힌다.

 

어제까지 발밖에 보지 못했던 나의 일정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게스트하우스 대장과도 나눈 말이지만 목적지만을 향해서 가는 것보다 주위를 보며 여유를 갖고 걸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일 비 예보가 있어서 오늘 가급적 허락하는 한 많은 거리를 걸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아침7시에 어김없이 게스트하우스를 나왔다.

 

아침마다 느끼지만 제주도의 아침은 조용하다. 쌩쌩 달리는 차나 분주히 다니는 사람들이 없이 정지한 듯한 느낌의 아침이다. 어제까지 괴롭히던 물집이 굳은살로 바뀌고 있는듯 싶다. 아침의 통증도 어제보다는 덜하고 아픔도 덜하다.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3일차 도보 경로는 이렇다.

운진항 - 산방산 - 일주도로 - 중문단지 - 월드컵경기장 - 서귀포시이다.

원래는 풍림리조트 게스트하우스를 목표로 했으나 내일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월드컵경기장으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했을때 마땅한 숙소가 없고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관계로 서귀포시까지 가는 경로로 걸으며 수정하였다. 

 

어제까지 도보는 고통과의 싸움이였다면 오늘의 도보는 여유를 가지는 법을 배우는 하루였다.

고통으로 발만보며 왔던 2일에서 벗어나 오늘은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며 걷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어서 그런지 마음도 가볍고 몸도 가볍고 특히나 발도 통증이 덜했다.

 

<멀리 보이는 오두막집이 한폭의 그림이다>

 

주위가 눈에 들어오고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유채꽃과 밭마다 가득찬 파들과 아기자기한 집들이 눈에 보인다. 어제는 왜 안보였을까, 안타까운 맘이다.

 

1시간 정도 걸었을때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발만보며 걷던 때와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 속도가 별차이가 없고 오히려 평균 속도는 조금 빨라졌다는 점이다. 목적지까지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는데 시속 4.5Km 내외가 나온다.

 

2일 동안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맘을 내려 놓으면 이리 몸도 가벼워지는데 무에 그리 급해서 발만보며 목적지만을 향해 걸었는지 어리석은 2일을 보낸 기분이다.

 

그렇게 걷다보니 그 멀리만 보이던 산방산이 눈앞에 어느새 다가와 있다.  

<산방산 전경>

 

문득 이 산을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 찍었던 사진이 떠올랐다. 이제까지 난 그 사진을 보며 성산일출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20년을 잘못 알고 있었다니 조금 허탈한 기분이다. 사실 작년 10월에 성산일출봉에 갔을때 조금 다르다 싶었지만 막상 산방산을 보니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허탈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운진항을 떠나 산방산까지 와서 잠시 쉬었다.

참고로 오늘부터 시도하는 것이 신발을 벗지 않기로 한 점이다. 어제까지 쉴때마다 신발을 벗고 또 신고 하다보니 오히려 발의 통증이 심해지고 걸으며 자리잡혔던 발이 신발을 벗으면서 다시 풀어져 결과적으로 다시 걷기 시작할때 발이 제자리 잡기까지 통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한 기억으로 오늘은 숙도 도착까지 신발을 벗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산방산에서 쉴때도 신발을 벗지 않고 그냥 발을 조금 높게 올리고 쉬었다. 쉬다보니 어제 숙소에서 대화할때 용머리와 용두암이란 단어로 혼란이 왔는지 이해가 된다.

<용머리 해안 전경>

 

산방산을 등지고 앞으로 보니 용머리 해안이 눈에 들어 온다. 멀리서 봐도 걷고 싶은 해안이라 생각된다. 발만 괜찮다면 그냥 맘 편히 걸으면 좋을듯 싶다. 사실 첫날 용두암에서 출발했는데 막상 용머리 해안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용머리 해안을 용두암으로 어제 착각했다. 혹여 용두암과 용머리해안은 혼돈하지 마시길...

 

그렇게 20분 정도를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확실히 신발을 풀지 않으니 처음 몇걸음만 통증이 오고 그 다음은 괜찮다. 나름 전략이 성공적인듯 싶다. 그렇게 한 3Km를 걷다보니 천혜향을 파는 가계를 봤다. 그냥 지나치려다 가족과 회사팀원들이 생각나서 택배로 천혜향 두박스를 붙였다. 인심좋은 주인아주머니가 천혜향을 5개나 주신다. 한박스에 12~15개 정도 들었는데 이리 많이 주다니.. 받으면서 미안한 맘이 든다. 이날 받은 천혜향으로 쉬면서 기력회복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열매 - 천혜향인지 일반 귤인지는 모름>

 

천혜향을 입에 물고 걷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일주도로를 향해서 걷는다. 간선 도로를 벗어나 일주도로에 들어 섰는데 화순삼거리부터 예래입구 사거리까지 별도의 자전거 도로가 없다. 중문단지 입구까지 가는 길에 별도의 자전거 길이 없다보니 또 위험하게 차가 옆으로 싱싱 달리는 구간을 4~5Km 정도 걸어야 했다.

 

3일째 느끼지만 도보 일주의 위험한 사항은 도로와 분리되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이다. 더욱이 2차선 도로도 아닌 4차선 도로에 갓길도 좁은 상태의 길을 걷는 것은 항상 뒤를 신경써서 걸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그래서 속도도 많이 높이지 못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걷게 된다.

 

그리고 화순삼거리부터 예래입구 사거리까지의 코스의 특징은 오르막 내리막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곳과는 달리 이 코스에 유독 산이 많다. 산방산, 월라봉, 군산이 있어서 그런지 오르막 내리막이 다른곳에 비해서 많다. 하지만 어제처럼 힘들거나 지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발만보지도 않고 멀리보고 주변을 자주 둘러보며 걷기로 해서 그런지 어제보다 한결 여유롭다.

 

그렇게 오르막내리막을 걷다 그디어 중문단지 입구인 예래입구 사거리에 도착했다. 이제 일주도로를 잠시 벗어나 중문단지 방향으로 길을 걷는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아침은 초코바와 천혜향으로 해결하고 첫 점심을 먹기 위해서 중문단지로 방향을 잡았다.  

<천제연폭포>

 

한참을 걷다보니 천제연폭포가 나왔다. 제주에 오면 헤깔리는게 천제연폭포와 천지연폭포다. 참고로 천제연폭포가 3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천지연폭포는 바닷가 근처에 있는 곳이고 정방폭포와도 가깝다.

 

천제연폭포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가 오늘의 첫 식사인 해물뚝배기를 시켰다. 가격은 1만원으로 대략적으로 비슷하다.

<해물뚝배기>

 

제주 도보 일주 중 가장 맛이 없었던 음식으로 기억된다. 전복도 2개 정도 들어 있는데 하나는 먹다가 뱉었다. 관광지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음식맛은 그리 좋지도 않고 가격은 가격대로 비싸다는 생각이다. 국물에 밥만 먹고 나왔다.

 

음식을 든든하게 먹지 못했지만 일정이 있어서 후다닥 먹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보인 우체국... 발의 상태를 고려해서 한라산 등반은 이번 여정에서 포기하는 것으로 하였기에 한라산 등반을 위해 가져온 장비나 옷들을 우체국 택배로 붙여 버렸다. 그래서 그럴까 막상 배낭의 무게가 줄어드니 발걸음도 훨신 가벼워지고 피로감도 덜 느껴진다.

 

그렇게 중문단지를 지나 다시 일주도로를 타고 1차 목적지인 월드컵 경기장까지 계속 걸었다. 다행히 중문입구 삼거리부터 월드컵경기장까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서 한결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걷다보니 유독 제주도의 하천은 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육지의 천보다도 깊이가 깊어서 아찔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대부분 물이 말라있다. 어제 게스트하우스 대장의 말은 중간지점에서 뽑아쓰는 물이 많아서 하류지역으로 나오는 물이 말랐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 하천을 지날때마다 천에 물이 있는곳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냥 씁쓸한 느낌이 든다.

 

우체국에서 짐을 조금 던 덕분인지 생각보다 월드컵 경기장까지 빨리 도착했다.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1차 목표까지는 잘 도착했으나 이리저리 둘러봐도 숙소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검색시에도 경기장 주변 숙소는 별루 없어서 풍림리조트 게스트하우스로 잡았던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내서 지도를 확인하고 서귀포시로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게스트하우스인데 지난번 검색시에 서귀포시안에 다수의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던 기억으로 일단 서귀포시로 가기로 했다.

 

대략 5Km정도 더 걸어야 했고 소요시간은 1시간반정도 도착목표는 6시30분으로 잡았다. 이제 코스를 선택해야 했는데 일주도로로 계속 갈것인가 아니면 태평로쪽으로 빠질 것인가 고민 끝에 태평로쪽으로 빠지는 코스를 선택했다.

 

월드컵경기장을 조금 지나다 보니 말들이 보인다.  

<길 옆 풀 뜯는 말들>

 

어제도 사실 보긴 했는데 여유롭게 보지 못한듯 싶다. 이미 오늘도 25Km를 넘는 지점이였지만 어제와 같은 통증과 정신적인 갈등은 없다. 그저 주변을 보고 주변을 즐기는 여유가 생긴듯 싶다. 한가로이 먹이를 먹는 말들을 뒤로하고 계속 걷기 시작했다.

 

이제 일주도로에서 태평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도보에서 중요한 건 거리도 있지만 등고선이다. 같은 거리라도 오르막이 존재하는 경우는 체력소모가 많다. 바로 이길이 그렇다. 등고선이 없는 평면지도로 코스를 선택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또한 점점 동쪽으로 가다보니 7시까지도 밝았던 날이 6시반이 되니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노을이지는 서귀포 바닷가>

 

설상가상으로 이길의 맹점이 어느순간 갓길조차 사라진다는 것이다. 외돌개로 빠지는 길부터 조가비 박물관까지 길은 거의 두려움 속에 걷는 길이였다. 외길에 수풀도 우거지고 구불구불 되어 있어 걷는 내가 운전자에게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급적 걷다 차소리가 나면 잠시 안전하게 피하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다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흐르고 날은 점점 어두워진다.

 

우여곡절끝에 서귀포시에 도착하고 두리번거리며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그러다 찾은 곳이 "백패커스 홈"

처음에는 카페인줄 알았으나 조금 지나 간판을 보니 게스트하우스라고 되어 있어서 안으로 들어가 체크인 하고 여장을 풀었다.

 

도착해서 오늘 걸은 거리를 보니 33~34Km정도 된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 어제와 같은 고통과 정신적 갈등은 없고 맘도 여유롭고 차분하게 하루를 걸었다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발의 통증은 여전하지만 견딜만 했고 나름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는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어제까지는 쫓기듯 걸으며 목적지만을 향해서 무작정 걷기만 했던 내가 주위를 보며 걸었음에도 어제보다 빠른 평균속도에 피로는 덜한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

 

오늘 숙소는 어제와 시설면에서는 완전 반대다. 준 호텔급이라고 해도 될 만큼 시설은 수준급이고 외관도 이쁘고 외국인도 간혹 눈에 뜨인다. 여자들이라면 좋아할 곳이라 생각된다.

 

비용은 2만2천원이고 세탁도 1인당 천원에 세제비도 별도다. 방은 4명이 잘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주인은 카페운영하고 있어서 다른 게스트하우스와 다르게 주인과 대화하는 기회는 별루 없다. 다행이 같이 자는 맴버들이 좋은 사람들이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12시까지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였다.

 

밤에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 떠서 내일은 비가 안올것만 같다.

 

------------------------ 숙소소개 ------------------------------

숙소 : 백패커스 홈(http://www.backpackershomejeju.com/index.php)

위치 : 서귀포시 천지연폭포 주변(올레 7코스 부근)

금액 : 22,000원(세탁비 별도)

시설 :

- 카페와 연결된 하얀색의 유럽풍 건물, 실내도 깔끔하고 욕실도 깨끗하고 깔끔함

- 숙소 앞 테라스에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

- 인터넷 등 대부분은 카페내에서 해결

- 깨끗하고 깔끔한 곳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

- 화,목,토는 카페옆 외부 공간에서 바베큐파티가 있음.

분위기 :

- 카페와 같이 하는 게스트하우스로 되어 있어서 전반적으로 깔끔한 느낌.

- 숙소 개념이 강하고 다른 게스트하우스 처럼 모이는 공간이 없어서 같은 방이 아닌 다른방 여행자와 교류는 어려움.

- 추천대상 : 깨끗하고 깔끔한 곳을 좋아하는 분, 편하게 쉬고 싶은 분

- 비추천대상 :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기고 싶은 분(단, 바베큐 파티로 해결될지도 모름.)

- 외국인들도 선호하는 곳으로 보여 바베큐 파티가 있는 날에 숙소로 하면 나름 좋을듯 함.

------------------------ 세째날 도보 총평 ------------------------------

1. 여유를 갖고 도보를 즐기자.(몸도 마음도 가벼워 짐)

2. 쉴때 신발을 풀지 말자.(단, 통기성이 좋은 신발이어야 함. 통기성이 좋지 않으면 땀이 배출되지 않는 것이 더 문제)

3. 거리가 짧더라도 등고선을 감안하라.(언덕이나 오르막이 있을지 모르니 사전에 등고선을 확인)

4. 목적지 선택시 반드시 숙소를 확인할 것.(대부분은 다 있으나 특이한 경우에 주거단지만 존재할 수 있음.)

5. 도보는 빨리 걸어도 시간당 5Km를 넘지 않으니 가급적 편한 마음으로 걷는것이 중요.

6. 전용 도로가 없는 경우에 음악을 들으며 걷지 말아라.(관광객들의 난폭운전이 의외로 많음. 스스로를 보호해야함.)

7. 속건성 옷으로 입어라.(빨래를 할 경우 마르지 않음. 일부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건조기능을 사용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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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날이 밝았다.

 

새벽에 계속 잠을 뒤척인듯 하다. 발의 통증도 있고 낯선 환경도 한몫 했을듯 하다. 자다보니 TV 혼자 켜져 있어서 끈기억이랑 푹 잠을 자지는 못한듯 하다.

 

한 6시쯤... 몸을 뒤척이다 잠을 깨었다. 어제의 고통도 있고 오늘 가야할 길도 만만치 않아서 다시 발에 물집방지 패드 등 온갖것들을 붙인뒤에 짐을 싸고 여관에서 7시에 출발했다.

 

조금 가다 보니 건너편 비앙도가 보인다. 나름 관광지라는데 일정상 갈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멀리 비앙도가 보인다.>

 

2일차 도보 일주 경로는 이렇다.

한림항 - 협재해수욕장 - 한경면 - 일주도로 - 모슬포항 이다.

원래는 고산일과해안도로로 갈 예정이였으나 어제 35Km 걸어본 결과 해안도로로 가는 것은 무리라 판단했다.

나중에 보니 이 경로로 실측도 33~4Km는 족히 되었다.  

(사실 일주도로로 가고자 한 것은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쉬고자 한 것이고 만에하나 너무 힘들면 포기하고 버스를 타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았지만 일주도로에 버스정류장이 꼭 있는 것은 아니였다.)

 

시작은 언제나 견딜만 하다. 어제 저녁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물집제거 및 치료를 한 덕분인지 어제같은 통증은 오지 않지만 이내 2~3Km정도 걷다보면 도로 통증이 느껴진다. 하지만 견딜만 하다. 조금 걷다 보니 협재해수욕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아침으로 바나나 하나를 먹었다. 아침하는 식당이 있기는 한데 어제 저녁부터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무리해서 그런 것일까...

 

해수욕장 풍경은 정말 멋졌다.  

<멀리 보이는 등대와 백사장 그리고 파란 바다>

 

바나나를 먹고 있는데 가족인듯한 사람들이 해변에서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제 시작이다. 과연 오늘을 버틸 수 있을지 쉬면서 신발을 벗고 있다 신발을 신으면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고 다시 걸으면 머리 끝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다시 오는 통증을 느끼며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일주도로만 따라서 가기로 했다. 무리하거나 과욕을 부렸다가는 어제처럼 해가지고도 숙소에 도착하기 힘들듯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다리의 통증(주로 새끼발가락)이 재발하면 걷는것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래도 아침 시작이라 그래도 걸을만 하다. 날씨도 흐리지 않고 바람도 없고 그렇게 걷다보니 선인장이 거리에 즐비하다. 다른 곳들은 주로 파 아니면 유채꽃이였는데 이곳은 온통 선인장이다.  

<양쪽 길 주변으로 선인장 군락이 있다>

 

특히나 선인장에 빨간 열매들이 달려있는데 걷다보니 선인장 마을이였다. 7km쯤 걷다 이 마을 중간정도에 도로가에 쉬면서 초코바 하나를 먹었다. 회사 직원이 걷다 먹으라고 준 초코바를 이때 먹었다. 식사는 안했지만 바나나와 초코바 하나로 그래도 견딜만 하다.

 

선인장 마을이 있는 월령리를 지난 뒤부터는 줄곳 일주도로다. 해안도로로 가면 그래도 식당들이 눈에 뜨이곤 하는데 이곳 일주도로로 가면 식당 만나가기 쉽지가 않다. 아침 7시부터 계속 걷기 시작해서 14시 정도되어서야 동네 식당을 찾게 되어서 그곳에서 잠시 쉬면서 오늘의 첫 식사를 했다. 

<2일차 첫 식사 - 김치찌게>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까지 가서 맛집을 가지 그랬냐고도 한다. 하지만 이때는 다리가 너무 아프다보니 맛집보다는 그래도 체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익숙한 음식을 찾게 된다. 어먼 모르는 향토음식 먹고 탈이나거서 잘 못먹어서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듯 하여 김치찌게를 시켰다.

 

하지만 이 김치찌게도 거의 국물만 먹고 밥만 먹었다. 뭐랄까 딱히 입맛이 없다보니 몸 생각에서 그냥 꾸역꾸역 먹은듯 하다. 사실 이때 점심 먹을때 남은거리가 3분의1이 조금 더 되었다. 2시는 다 되어오고 계산해보니 5시간안에 10Km 이상을 걸어야 했다.

 

어제와 비슷하게 쉬었다 걷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한번 쉴때마다 속도는 점점 줄어드는듯 하다. 평균 시속 5Km에서 점점 줄어서 4Km도 안나오는듯 싶다. 식사후에 맘을 다잡고서 걷기시작하는데 갑자기 4차선 도로가 2차선 도로로 줄어든다. 2차선 도로 옆으로는 4차선 확장공사 중인지 넓게 뚫려 있어서 미완공상태라 생각하고 위험한 2차선 보다는 4차선 도로로 가는게 좋겠다 생각했다. 어차피 가다 만나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오판이였다. 걷다보니 점점 일주도로와 멀어지는 것 같았고 길도 전체적으로 고르지 않았다. 급히 스마트폰의 App을 확인하니 이미 거리상으로 1Km 이상을 벗어나 있다. 암담하다. 시간은 가고 돌아가야할 길이 더 늘어난 셈이 되었다. 급히 가장 빠른 길로 가로질러가다보니 발의 통증이 상당하다.

 

간신히 일주도로로 들어섰을때 안도감과 발가락의 통증이 겹쳐왔다. 폐교된 학교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는데 이곳저곳에서 도로공사중이다. 도보 중 발이 아플때 힘든 경우는 경사진 도로, 돌이 많은 도로, 고르지 못한 노면이 있는 도로이다. 평지를 걸을때는 그런데로 버틸만 한데 이들 도로를 만나면 균형이 틀어져서 엄청난 통증이 순간적으로 온다. 정신이 아찔해지고 순간적으로 짧은 비명이 나온다.

 

8Km를 남기고 스틱에 의존해서 계속 길을 걸었다. 걷다보니 해가 저무는게 보이고 어느새 구름도 많이 생겼다. 어제와 다르게 구름이 생기다보니 하늘도 빠르게 어두워간다. 문득 어제 노을을 찍었던 내 자신을 생각하며 그래도 그때는 덜 아팠구나 싶었다. 왜냐하면 사진 찍기 위해서 잠시 멈추어야 하는데 멈추면 다시 걷기 시작할때 엄청난 통증이 와서 멈추는거 자체가 두렵기 까지하다.

(3일째 부터 이런 이유로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목적지인 가자올레 게스트하우스까지 가는 길이 정말 가시밭길을 가는듯 하다.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 아파서 감당하기 힘들다. 가는 길에 2~3곳의 게스트하우스를 보면 확 들어갈까 싶다가 그래도 목적지라 꾸역꾸역 힘들게 찾아갔다.

 

이렇게 2일의 도보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지도상 거리는 대략 32Km 내외로 나왔지만 스마트폰 App 실측은 35Km 내외가 나왔다.

숙소에 도착해서 정말 엉금엉금 여장을 풀고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비소리가 들린다. 아까 보였던 구름이 비구름이였나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으면 정말 비는비대로 맞고 고통은 몇배가 되었을것을 생각하니 다행이다 싶다. 비가오니 갑자기 싸늘해진다. 샤워를 하며 벌벌 떨었다. 몸을 떨며 그냥 맘 한구석이 짠해온다. 왜 이 고생을 시작했을까.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싶었다.

 

어김없이 발에는 새끼발가락 이외 여러곳에 물집이 생겼고 어제와 같이 물집공사를 마무리했다.

 

여행객도 나 혼자이고 장기투숙객으로 한분이 오셔서 그분이 요리한 찌개로 저녁을 대신했다. 입맛이 없던 나의 입맛을 돌아오게 해준 정말 맛있는 저녁이였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저녁제공이 없다.)

 

이날 저녁 먹으며 대장(이곳에서는 사장님을 대장이라 부른다)과 대화 도중 오늘 도보 중에 기억나는 건 발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말을 하자 대장이 하는말 "목적지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고 그저 이곳 목적지까지 가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발만 보고 걸은듯 하다. 목적지가 없다면 주변을 즐기며 날이 저물때 쯤 근처 숙소에서 쉴터인데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유가 없이 딛어야 할 길의 바로 앞만 보고 걸어온 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내 인생도 목적만을 보며 바로 앞의 길만을 보고 달려와서 지쳐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가끔 주변도 보는 여유가 있었다면 오히려 더 편한 길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결국 오늘도 잠을 청하지만 결국 깊은 잠은 자지 못할듯 하다.

 

------------------------ 숙소소개 ------------------------------

숙소 : 가자올레 게스트하우스

위치 : 모슬포항 남쪽 운진항 앞(올레 10코스)

시설 :

 - 조립식 건물로 보임(비오는 소리가 들림)

 - 날이 서늘할때 샤워하면 한기가 느껴짐.(이날도 추웠음)

 - 전기 장판이 개별로 제공됨.(개별로 되어 있지 않는 곳도 있음.)

 - 여자방은 별도 방으로 되어 있고 남자방은 거실과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음.

분위기 :

 - 주인아저씨(대장이라 부름)가 인심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함. 대장이 낚시를 좋아함.

 - 추천대상 : 낚시 좋아하는 분,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분, 계획없이 여행하는 분에게 추천

 - 비추천대상 : 시설이 중요한 분, 목적이 있어 무조건 쉬어야 하는 분, 어울리는 걸 꺼려하는 분

 - 이곳 특징이 장기여행객들이 많고 주로 어울리는게 많아서 사람들간의 나눔이 활성화 된 곳이라 생각됨.

 

------------------------ 둘째날 도보 총평 ------------------------------

1. 지도나 이정표를 보지 않고 임의판단하며 길을 가지 말라.(도보로 가는 길은 길을 잃기 쉽다.)

2. 제주도 날씨는 일기예보와 다르게 급변할 때가 있다.(이날도 저녁에 갑자기 비가 왔다.)

3. 자신의 목적에 맞는 게스트하우스를 사전에 파악할 것.(쉬는것이 목적인지 어울리는 것이 목적인지 중요)

4. 도보는 체력보다는 지구력이다.(칼로리 소모는 많지 않음. 단,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

5. 숙소는 가급적 목적지 전 5Km 부터 3~4곳을 확보하라.(목적지까지 무리하여 가지 않는 것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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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디어 제주도 도보일주의 날이 밝았다.

 

6시 5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5시반에 준비하고 6시 10분에 공항에 도착하여 티켓팅하고 짐을 보냈다.

<제주도로 데려갈 비행기>

 

피곤했는지 비행기에 타자마자 정신을 차리니 제주공항이다.

이제 본격적 시작... 허기진 배부터 달래기 위해서 공항 식당으로 갔다.

작년에 제주 왔을때 괜시리 밖으로 나갔다가 식사할 곳을 못찾아 고생한 경험으로 공항에서 식사해결

<해물 된장찌게>

 

든든하게(?) 먹고 공항밖으로 나가는데 나가는 길을 모르겠다. ㅡㅡ;

매번 공항에서 렌트해서 나가다 보니 걸어서 나가는 길을 몰라 해맸다.

<멀리 보이는 한라산 - 이날이 가장 날씨가 좋았다>

 

<도착 기념 제주공항 - 묘하게 '국'자리에 신호등이 걸렸다>

 

1일차 도보 일주 경로는 이렇다.

제주국제공항 - 용연/용두암 - 이호테우해변-일주도로-애월해안로-곽지괴물해변-한림항 

 

첫 출발은 상큼하게 출발지인 용두암으로 향했다.

(사실 이 부분이 첫날 거리 측정의 오류인데 대략 2.5Km를 더 걷게 되고 초반 페이스를 읽게 만든 원인이 된듯 하다. )

 

용두암으로 출발지를 정했지만 가다보니 용연이라는 곳이 나온다. 짧은 구름다리가 있어서 그곳에서 잠시 쉬면서 출발의 마음을 가다듬고 본격적으로 도보 일주를 시작한다. 사실 도보 일주 첫날 무리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였지만 일주가 끝난 다음에 보니 두번째로 가장 많이 걸었던 날이였다. ㅡ.ㅜ

 

용연부터 서해안로를 따라서 이호테우해변까지 가는 길은 좋았다. 첫 출발이라 발도 아프지도 않았고 나름 가벼운 맘걷기를 반복...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자만의 시작이였던듯 싶다.

 

1시간당 대략 4.5Km 정도 나와서 1시간에 한번씩 쉬는 것으로 하였다. 걷다 보니 우연히 낚시꾼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낚시터인가 했지만 알고보니 주변 횟집 장사하는 분들인듯 싶다. 뭐 현지 조달이랄까... 신선함은 확실한듯 보인다.

<낚시 중인 아저씨>

 

슬슬 발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예전 훈련으로 물집 잡힌 곳은 굳은 살이 생겨서 덜 아픈데 새끼 발가락쪽은 여전히 물집이 말이 아니다. 찌르는 듯한 통증.. 쉬면서 신발벗고 다시 신기를 반복하다보니 1차 목적지인 이호테우해변에 도착했다. 사람은 날이 추워서 없었지만 모래는 굉장히 곱다는 느낌이 든다. 해변을 걸을까 했으나 조금 걷다보니 모래에 빠지기를 반복하여 근육에 무리가 와서 주변 산택로로 이동했다. 

<이호테우해변>

 

해변부터 이제 일주도로로 접어들어서 다음 애월해안로 분기점까지 쭉 걷는다.

가다보니 자전거도로가 별도로 있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통에 씽씽 달리는 차 옆으로 걸으며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가급적 가장 도로 끝으로 걸으며 최대한 안전하게 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걷다보니 점심이 가다왔다. 사실 제대로된 점심은 첫째날 빼고는 거의 먹지를 못한듯 싶다.

이때 들어간 식당에서 먹은 것이 전복해물탕이다. 

<첫째날 점심-전복해물탕>

 

사실 혼자 식당에서 시켜먹을 메뉴가 만만치 않다. 나름 갈치나 고등어조림을 먹고 싶었으나 1인으로 파는 곳이 별로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 이날 먹은 전복해물탕은 전복이 5개정도 들어가 있는데 크기도 전복크기가 숫가락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컷다.(나중에 다른 곳에서 먹어서 알았지만 이곳 전복이 제일 싱싱하고 컸다.)

 

전복해물탕을 먹고 걸으려고 하니 발에 통증이 엄청나게 몰려온다.

이때부터 끝나는 날까지 거의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유야 뭐 힘들어서.. ㅡ.ㅜ

양손에는 스틱을 잡고 걷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사진을 찍기위해서 잠시 멈추었다가 출발하면 발의 통증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그래서 거의 그 뒤로는 사진 찍기를 포기... 완주에만 몰두했다.

 

2번째 목적지인 애월해안 분기점에 도착해서 애월해안로로 접어들었다. 이때부터 뭐랄까..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랄까. 발의 통증이 심각해지기 시작했고 쉬면 쉴수록 발의 통증이 증가해서 속도는 점점 더뎌진다. 참고로 제주도는 해 떨어지면 주위가 완전 어둡다. 가로등이 별로 없다보니 자가용으로 운전하기에도 무서워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첫번째 숙소까지는 어떻게 가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걷다보니 통증이 이루말할 수 없고 애월해안로를 따라서 걷는 것도 지속하기 어려워 경로를 수정해서 애월해안로 3분의 2 지점에서 일주도로로 방향을 꺽었다.

 

어떻게든 한림항까지는 가야겠고 날은 점점 저물어 오니 머리속은 내가 왜 이것을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맴돈다. 그냥 돌아갈까, 포기하고 싶은 맘도 계속 들었다. 계속 걷다보니 해서 노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첫째날 노을>

 

노을이 보이니 멋지다는 생각보다는 큰일이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러다 어둠속에 갇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반 우려반으로 아픈 다리를 이끌고 꾸역꾸역 한림항까지 갔다. 그런데 이건 뭔가 가려던 게스트하우스가 공사중이다. 암담해 온다. 이 게스트하우스도 이 근처에 딱 하나 있어서 생각한 곳인데 암울하다. 결국 근처 여관중에 그래도 좀 큰곳으로 골라서 여장을 풀었다.

 

신발을 벗고 보니 양쪽 새끼발가락은 물집으로 가득하고 이곳저곳이 쑤셔온다. 다시한번 내가 왜 이것을 시작했을까 싶은 맘과 내일이라도 그냥 올라갈까 하는 생각에 휩싸인다. 입맛도 없고 그래서 편의점에서 바나나와 우유를 사서 먹고 누워서 잠을 청한다.

 

첫째날 지도상 거리는 대략 32Km 내외로 보였지만 스마트폰 어플로 재본 거리는 35Km가 넘었다. 지도상으로 재는 거리에 대략 2~3Km를 추가하는 것이 실제 도보거리와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첫날도 실측으로 잰 거리가 36Km가 넘었다. 걷는게 직진만 있지는 않아서 실제 걷는 거리상으로 더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고 둘째날은 조금 더 일찍 출발해야 할듯 싶다.

 

----  첫날 도보 총평 ----

1. 첫날 도보는 가볍게, 시속 3.5~4Km 수준으로, 거리는 17시 이전 도착이 가능한 곳으로 할것.

2. 제주 서쪽에는 이렇다할 게스트하우스가 별로 없음. 가급적 곽지해변이나 협제해변쪽으로 도착지점을 설정

3. 제주도 도로는 어둡다는 점. 일몰 후에는 걷지 말고 혹여 모르니 야간 경광등 필수 지참.

4. 지도상 거리에 반드시 2~3Km를 추가할 것, 실제 걷는 것은 직선이 아님.

5. 가급적 걷다가 쉬는 것을 줄일것, 쉬면 쉴수록 발의 통증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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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어 2일 연속 걷기 훈련 돌입니다.

어제 30Km 후유증으로 발가락 물집에 허리 통증에 이래저래 장난이 아니다.
아침에는 그냥 쉬자 싶었지만 2일 연속 걸어봐야 문제점을 알 수 있을듯 하여 11시에 옷 입고 출발했다.

날씨도 춥고 상태도 문제가 있어서 오늘은 20Km로 줄여서 걸어보기로 했다.
대신 어제 스틱을 사용했지만 오늘은 스틱없이 걸어보기로 했다.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확인이 필요했으니까.

역시나... 날은 춥고 물집잡힌 발은 통증이 계속 지속되고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큰 차이를 안것이 스틱이 없으니 오히려 물집잡힌 발이 더 빨리 지쳐온다는 점이다. 새끼발가락이 아프니 자꾸 엄지발가락 쪽으로 걷게되고 그러다보니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몰리기 시작했다. 스틱이 있다면 스틱에 의존해서 통증을 경감시켰을 것인데 그게 되지 않으니 더 힘든듯 싶다.

통증의 차이가 있지만 일단 걸으면 처음에는 통증이 있어서 걷는게 부자연스럽다가 조금 걸으면 통증이 사라진다. 쉬고 다시 출발할때 통증이 가장 심한듯 싶다. 그래서 오히려 쉬지 않고 속도를 조금 더 줄이는 쪽으로 걸었다. 확실히 30Km이후 걷는것은 다르다. 어제의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서 걷는 동안 다리의 힘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전같으면 빨리가던 길도 슬렁슬렁 가게 되는것 같다.

아무래도 초반 2~3일동안은 무리하지 않고 시간당 4Km정도 속도로 슬렁슬렁 쉬면서 다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켜야 할듯 하다. 물집만 안잡힌다면 완주에는 큰 무리가 없을듯 싶으니 물집잡히지 않도록 어떻게든 고민을 해야겠다.

20km 4시간 목표로 해서 걸었는데 통증이 있었지만 목표대로 4시간 완주를 했다. 힘든 와중에 대견하기도 하다. 그냥 바램이 있다면 제주 일주 시점에는 날이 좀 따뜻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리 근육이 추운 날리로 경직되다보니 10Km 넘어가다보면 뻑뻑한 느낌까지 든다. 아무쪼록 오늘 훈련을 끝으로 제주 가기 전까지는 무조건 휴식이다.

예전 인라인 마라톤 나갈때도 대회 1주전까지 훈련하고 그 한주는 무조건 쉬었던 것이 근육의 피로를 최소화 해서 정상페이스로 대회에 나갈때 가장 성적이 좋았던 기억으로 이번 제주 일주도 무리하지 않고 당일부터 완주를 목표로 걸을 생각이다.

이제 5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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