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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기대와는 반대로 아침부터 비가 온다.

 

어제 저녁 별을 보며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한편으로는 잘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제주 도보 일주에 하루정도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스트레스가 쌓일때 우산이 있어도 소낙비를 맞은 적이 종종 있었다. 속옷까지 완전히 젖을 정도로 비를 맞은 뒤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개운함과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좋은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빗길 도보는 처음이라 이래저래 고민이 되었다. 특히나 신발이 젖을 경우 걷는데 무겁기도 하고 발이 불어서 이래저래 힘들것 같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

 

어제 저녁 즐겁게 대화한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을 뒤로 하고 어김없이 장비를 꾸렸다.

기본 자켓과 방수바지를 입고 가방에 방수덮게를 씌울까 하다가 출발전날 구입한 우의를 입기로 했다. 자켓과 바지는 방수제품이라 걱정은 없지만 제주도의 바람이 우려되어 우의도 별도로 입어 배낭까지 모두 덮을 수 있도록 했다.

신발은 가급적 젖지 않도록 비닐로 윗 부분을 감싸고 테입으로 고정했다. 덕분에 20Km 정도는 가볍게 걸을 수 있었다.

 

4일차 도보 경로는 이렇다.

서귀포시 - 일주도로(남원리-태흥리) - 허브동산 - 숙소

오늘 비가 올것을 대비해서 어제 6Km 정도를 더 걸어서 오늘은 30Km정도 목표로 걷기로 했다.

표선해수욕장 근처로 잡으려 했으나 길도 문제고 다음 목적지인 성산일출봉의 길목으로 가기 위해서 길을 잡았다.

 

어제부터 발의 통증은 많이 줄었다. 특히나 물집이 생긴곳이 빨리 굳은 살로 바뀌면서 통증이 줄어든듯 하다.

오늘은 비가 오는 관계로 쉬는 곳이 마땅치 않다. 가급적 일주도로로 가고 버스 승강장에서 쉬는 것으로 했다.

 

비가 오다 어느정도 그치겠지 하는 심정으로 계속 걷는데 왠만해서는 그치지 않는다. 모자와 우의를 때리는 빗소리가 그리 나쁘지 않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10Km 기준으로 쉬기로 했다. 비가 오니 사진 찍기도 그렇고 그냥 묵묵히 빗길을 걸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 경로에서는 도로의 위험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25Km 지점까지 일주도로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비가 왔지만 이전처럼 불안하게 걷지 않아서 다행이였다.

 

묵묵히 계속 걷다보니 어느덧 10Km 지점에 도착했다. 마침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그곳에서 잠시 쉬었다. 

<4일차 유일한 사진 - 빗길을 달리는 자동차>

 

우의를 벗고 배낭을 의자에 내려 놓으니 편하다. 우의를 벗을때 우의 안쪽에 물이 있어서 물이 안으로 들어왔나 싶었는데 땀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우의 안에 맺힌듯 싶다. 자켓이 투습기능이 있어서 땀이 밖으로 나왔다가 우의 안쪽면에 맺혀서 마치 비가 안으로 들이친 것 같았다.

 

다행이 배낭은 졎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워 우의 옆쪽에 공기가 통하도록 조절을 했다.

오늘도 아침 식사는 바나나와 물이다. 그런데 오늘 점심은 왠지 먹기가 어려울듯 하다. 비도 오고 우의 벗고 하는 것도 번거롭기도 하고 마땅히 식사할 곳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은 건너뛰고 그냥 걷기로 했다. 10Km 단위로 끊어서 2번쉬고 숙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다시 배낭과 우의를 입고 출발했다.

 

제주도 도보를 시작하면서 버스정류장이 조금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듯 하다. 제주도 버스 정류장은 다른 곳의 정류장과는 좀 다르게 앞부분까지 반가까이 막혀 있다. 이유는 워낙 바람이 많이 불다보니 안으로 들이치게 되어 앞부분도 막은듯 싶다.

 

이날도 버스정류장에 잠시 휴식을 하는데 비가 바람을 타고 들이쳤다. 제주도의 3多 중에 바람이 있는 이유를 알듯 하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분이라면 우산보다는 우의를 권장한다. 바람으로 인해서 우산도 잘 못버티지만 우산으로 비를 막을 수 없어서 큰 도움이 안된다. 그리고 우의도 천원대 우의는 바람에 못버틸 수 있으니 가급적 좋은 것으로 하는 것이 여행중 비에 버틸 수 있지 않나 싶다.

 

이날부터 빗소리를 들으며 한결 여유롭게 음악도 들으며 걸었다. 한걸음 한걸음 걷다보니 어느덧 20Km. 어제보다 페이스가 좋다. 하지만 슬슬 신발에 물이 차기 시작한다. 이제 대략 10Km 정도 남은듯 하다.

 

문제는 6Km 정도 남은 지점부터였다. 어제도 느꼈지만 등고선과 도로의 폭이 문제였다. 대략 24Km 부분까지는 수월하게 왔는데 토산리에 접어 들면서 일주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로 전환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송천교에 다다를 즘 바닷가와 인접해서인지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쳤다. 뭐 우의를 입고 있어도 비바람이 몸을 휘휘 감아 버린다. 스틱으로 간신히 버티며 앞으로 가다가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몸을 피해 경로를 다시 확인했다. 일주도로를 따라가자니 거리도 거리고 바람도 해안가 근처라서 심할듯 하여 토산중앙교차로에서 마을길로 전환을 했다.

 

문제는 이때다. 마을길로 한 1Km 정도 가니 오르막이 시작되고 갓길도 좁아지기 시작한다. 더욱이 공사를 하는지 비가 오는 와중에 덤프트럭들이 씽씽 달린다. 결국 이 길로 접어들면서 신발은 완전히 젖어 버렸고 설상 가상으로 발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항상 느끼지만 도착전 5Km는 마의 구간이다. 이 구간이 편해야 하는데 마을길이라 샛길도 많고 갓길도 좁고 이래저래 고생이다. 거기에 도로는 비로 인해서 강물처럼 빗물이 흐른다. 지도상으로 몇번의 갈림길을 가야 하는데 지도와 실제 도로와 구분을 하기에 어렵다. 계속 가다 멈추고 길 확인하고 다시 멈추기를 반복하니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지고 통증은 통증대로 점점 증가한다.

 

대략 2Km 정도 남았을때 최악의 코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화마을회관부터 숙소 근처의 허브동산 구간이다. 이 구간이 힘들었던 이유는 갓길도 없을 뿐더러 빗물이 흐르는 도로에 주변 나무들이 우거져 자동차들이 나를 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의가 회색이라 잘 시별도 안되는 상태에서 지나는 자동차는 위협적이다.

 

바로 반대차선으로 옮겨서 길을 걸었다. 2Km 밖에 안되는 길이였지만 정말 10Km 이상 멀게만 느껴졌다. 작년에 허브동산에 왔던 기억에 금방 나오겠거니 하며 걷는데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는다. 발은 발대로 아프고 기대는 계속 좌절로 바뀌고 점점 물에 젖은 발은 무겁기만 했다.

 

그렇게 30분정도 갈 거리를 거의 50분여분만에 간듯 하다. 그디어 허브동산이 보인다. 그때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과 같을 것이다. 거기서 조금 더 걸으니 숙소가 나온다. 힘겹게 숙도에 들어서서 오늘이 일정을 마무리 했다.

 

우의를 벗으니 우의 안쪽에 물이 흥건하다. 우의는 투습기능이 없나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신발도 오늘 처음으로 벗어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발은 퉁퉁 불어서 하얗게 되었다. 바지도 방수바지를 입어서 땀이 배출되어도 방수바지 안쪽에 도로 맺힌 문제로 바지는 땀으로 젖었다.

 

친철한 주인 분의 안내로 샤워하고 옷 갈아입으니 살것 같았다. 대략 거리를 보니 30Km 조금 넘은듯 한데 어제보다 속도는 더 빨리 온듯 하다. 출발을 7시반정도 했는데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시각이 4시정도 되었다. 비속 30Km 도보치고 잘한듯 싶다.

 

오늘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짝 게스트하우스' 이다. 금액은 2만원, 저녁 바베큐는 1만2천원으로 비가 오지 않았으면 참숱으로 하는데 비가 온 관계로 현무암 돌판(?)으로 된 판에서 게스트하우스 사람 5명과 같이 식사를 했다.

 

내일은 비가 그치기를 바래 본다.

 

------------------------ 숙소소개 ------------------------------

숙소 : 짝 게스트하우스

위치 : 제주허브동산 근처

금액 : 20,000원(저녁 1만2천원 - 바베큐)

시설 :

- 식당을 개조한 곳으로 넓은 거실이 특징(욕실은 화장실을 개조하여 조금 개선이 필요)

- 방은 12인실, 8인실 두개로 되어 있음.

- 뒷편 비닐하우스에서 저녁(바베큐)를 먹으며, 안에 나무 난로가 있음.

- 세탁 무료이며 신발도 말려줌.(단, 이날 도구가 사라져서 못말림. ㅡ.ㅜ)

- 아침은 다른곳과 다르게 미역국에 밥이 나옴.(빵이 싫었던 나에게 첫 아침 식사를 먹음)

- 23시에 취침.(5월부터는 별도 방갈로를 오픈해서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제공 예정이라함.)

분위기 :

- 자수성가한 주인 분이라 의욕도 좋고 이런 저런 대화하기도 좋음

- 뒷편에서 바베큐를 먹으며 맥주도 마실 수 있음.(단, 술은 판매하지 않으니 사전에 준비 필요)

- 한라봉 농사도 같이 하고 있어서 한라봉도 같이 구매할 수 있음.(조그만 한라봉은 방문자들에게 무료로 줌)

- 주인 아저씨의 인생 역경을 들으며 나름 삶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갖음.

- 추천대상 : 사람과 어울리기 원하는 분, 인생에 대해서 무언가 얻고자 하는 분(주인분과 대화 필수)

- 비추천대상 : 시설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 분(깔끔한 욕실을 원하는 여자분은 싫어할 수 있음.)

- 산방산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있어서 할인권도 받을 수 있음.(허브동산 할인권도 있으니 잊지 마시길..)

 

------------------------ 넷째날 도보 총평 ------------------------------

1. 일반우의 보다는 조금 값이 나가는 우의 권장(비바람 대비)

2. 신발이 언제 젖느냐가 그날의 도보 거리를 좌우함.(가급적 빗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

3. 방수제품을 신뢰하지 말것(발수기능이 없으면 방수제품이라도 오랜동안 비에 노출되면 젖음)

4. 항상 강조하지만 속건성 제품은 필수(이날 신발도 유일하게 마름)

5. 주 도로가 아닌 곳은 갓길이 없으니 비오는 날은 가급적 주 도로로 다녀라(사고 위험 높음)

6. 비오는 날은 해변도로보다는 해변과 떨어진 내륙도로를 이용(비바람으로 보행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이 높음.)

7. 올레길 여행을 생각한다면 우산보다는 우의를 지참(비바람으로 우산은 거의 사용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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