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대한 시장을 분석하고 관련 서비스를 만들다보면 문득 의문이 드는 부분이 과연 배터리의 용량은 어디까지 증가할 것이고, 에너지 밀도는 얼마나 높여서 완전충전 기준 몇 Km를 원할까 하는 생각에 빠진다.
대다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최장거리라는 것을 강조한다. 1회 충전으로 몇 Km를 간다는 것을 가장 큰 차별점으로 강조한다. 용량을 높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1회 충전거리를 최대한 늘리면서 1000km를 강조하는 자동차 업체까지 생기는 상황에서 문득 정말 충전거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 충전의 불편함의 보상심리
전기차는 태생적으로 불편함을 안고 태어났다. 그건 바로 충전... 그래서 전기차를 개발하는 것의 핵심은 이런 충전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시키느냐... 어쩌면 충전의 문제는 해소될 수 없다. 급속충전이 아무리 개발되더라도 태생적 한계는 극복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1회 충전거리의 증가는 이런 충전의 불편함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즉 한번 충전으로 여러번 충전이 필요 없이 전기차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200~300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대폭 증가시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위에 표에서 보듯이 이제 1회 충전으로 1000km까지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주행거리가 길어졌으니 당신은 충전에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행거리의 증가가 충전의 불편함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충전이라는 것 자체를 하지 않는다면 모르지만 그저 주행거리만 늘어났을 뿐 충전자체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심리적 안정을 준 것은 맞다. 그렇다고 충전을 소홀히 할 경우 결국 충전의 문제에 부딛힌다. 항상 충전하는 습관이 없이 기존 내연기관 타듯이 타다 주행거리가 얼마 안남았을 경우 결국 충전이란 일정한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만약 급한 일일 경우 충전을 깜빡한 상황에서의 전기차의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고 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 급속충전의 확대
주행거리 증가는 거꾸로 충전시간의 증가로 이어졌다. 주행거리는 늘어났지만 그에 따른 충전시간은 더 길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배터리 용량의 증가로 인해서 기존의 급속충전(50kw, 100kw)으로는 오히려 충전시간만 더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50kWh의 배터리를 충전할 경우 50kw는 1시간, 100kw는 30분정도이다.
주행거리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는 두가지가 있다. 배터리 용량을 증가하거나 배터리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현실적인 방법은 배터리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기존에 50kWh에서 100kWh의 배터리 용량으로 두배 증가시키면 그에 따라서 주행거리가 증가하는 것이다. 반대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법은 기존의 동일 용량에 담을 수 있는 전기량을 높이는 것으로 L당 몇 Wh를 높이는 방법이 있다. 밀도를 높이면 기존의 크기에 충전량을 높여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이렇게 충전량의 증가는 충전시간의 증가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서 새로운 충전의 대안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서 새롭게 2022년부터는 350kw급의 충전기가 도입되기에 이른다. 그래서 주행거리 증가에 따른 충전시간의 단축을 하고자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 이런 급속충전의 전력 증가는 오히려 배터리의 수명에 영향을 준다. 잦은 급속충전은 배터리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문제해결의 방법이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게 된다. 단순히 충전속도만 높인다고 해결이 될까!!!
■ 비용의 증가
주행거리와 충전속도를 높이는 것이 전기차의 사용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라서 역설적이게 비용의 증가가 발생한다. 배터리 용량의 증가는 배터리 가격의 상승을 가져온다. 현재 2021년 기준 1kWh당 143달러이다. 앞으로 2030년까지 93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는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전기차의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것은 40%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의 용량증가는 전기차 가격인상과 맞물리고 특히 최근처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배터리 가격을 낮추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 급속충전의 비용적 측면의 문제이다. 현재 충전요금을 전력 기준으로 볼 경우
- 완속 : 170원~200원
- 급속(50Kw) : 290원 내외
- 급속(100kw) : 310원 내외
급속충전의 확대는 충전비용의 증가로 연결된다. 급속충전에 대한 속도만 부각시키다 보니 정작 그에 따른 비용은 뒤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게 된다. 마치 충전의 편리함을 강조하며 사람들에게 전기차의 판매에 열을 올리는 와중에 정작 유지관리 비용의 증가는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이 되어 버린다.
비용의 증가와 유지관리비의 증가가 과연 전기차 확대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 효율적 충전과 관리가 해법 -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를 보자!!
전기차의 보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전기차의 충전효율이다. 주행거리를 증가시키기 위한 것들이 정말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곰곰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차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패턴을 보면 300km 이상을 하루에 주행하는 차량은 전체차량에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영업용 차가 아닌 경우 대부분의 차량은 출퇴근 차량으로 100km 이내에서 사용한다. 즉 500km이상의 전기차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기차의 보급과 전기차의 확대를 위해서는 주행거리의 자동차 회사들의 경쟁에서는 소비자는 정작 제외된 상황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경제성을 기반으로 접근한다면 오히려 효율적 충전관리가 해법이 될 수 있다. 내연기관처럼 한번에 연료를 주입하는 방식처럼 전기차를 바라보는 것부터 바꾸어야 한다. 전기차의 경우는 오히려 SOC 20%~80% 구간의 충전관리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급속충전과 완속충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 충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충전의 매커니즘을 기존의 주유소가 아닌 주행과정의 일부로 녹여내는 방법이 그 해법이 될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최근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부분이 해결이 된다면 굳이 500km이상의 비싼 전기차를 구매할 필요 없이 300km 이하의 전기차로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미 보조금의 경우도 축소되고 전기요금도 점차 상승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인지하는 업체의 경우 보급형 전기차에 눈길을 돌릴 것이다. 이미 충전인프라가 확대되고 있고, 스마트시티 등의 도로정보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아닌 보급형 전기차를 어떤 기업이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
관점의 전환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앞으로 전기차를 바라보는 시각, 즉 기존의 내연기관의 습관에서 벗어나 새롭게 전기차의 사용문화를 재정의하는 것 만으로 보다 빠르게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