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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하는 시장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내부 연구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내부에 얽매이기 보다는 보다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다양한 분야간 크로스오버가 필수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된 기사를 소개합니다.



2005년 P&G의 최고경영자 A G 래플리는 회사 외부에서 얻는 기술개발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C&D(connect and develop)`로 잘 알려진 P&G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당시 P&G는 이미 9000명의 세계적인 연구자로 구성된 사내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래플리 최고경영자는 사내 연구진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전 세계를 뒤져 검증된 제품과 기술로 기술혁신을 하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품을 잘 갖춰진 P&G의 유통망으로 판매하는 것이 효율성이나 비용 절감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면 P&G는 면직 셔츠 구김 방지 해법을 20만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네트워크인 이노센티브(InnoCentive)에서 얻었다. P&G가 수년간 노력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던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은 엉뚱하게도 이노센티브의 한 반도체 전문가였다. 이렇듯 외부의 아이디어가 유능한 내부 인력의 아이디어보다 탁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노센티브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은 P&G에 해법을 제시하고 1만달러에서 최대 1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P&G 입장에서 볼 때 사내 연구진을 풀타임으로 고용하며 수년간 쏟아붓는 수십억 달러의 R&D 비용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투자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혁신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가운데 `오픈 이노베이션`이 해결 방안의 하나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지배하는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되길 꿈꾼다. 그러나 성공적인 기술혁신으로 가는 길은 점점 더 험난해지고 있다. 제품의 `융합화(convergence)`와 `제품 수명 주기(product life cycle)` 단축은 기술 혁신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산업의 융합화는 기술개발에 드는 비용을 증가시킨다. 가령 미래의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에는 자동차 기술뿐 아니라 정보기술(IT)도 접목된다. 다양한 분야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제품 개발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술 개발 속도가 점점 빨라짐에 따라 기술 투자 후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도 길어지는 승인 기간과 모방 약품의 빠른 진입으로 신약이 수익성을 가지는 기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개발 기간을 단축해 투자금을 줄이고, 신기술 개발 후에는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이때 나온 이론이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체스부르 교수는 내외부 아이디어를 모두 활용하며 가치 창출을 위해 내외부의 시장 경로를 모두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술혁신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기업들은 내부는 물론 외부의 지식과 기술을 저극 활용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투입자원과 시간을 절약하고, 혁신 기술을 타 기업에 이전해 추가적인 수익도 창출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인 P&G, 시스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우선 내부 인재에게 동기를 부여해 인재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연구 개발 인력들에게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다른 기업 또는 다른 업종에서 매출을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또 기업이 자신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은 외부와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자사의 핵심 역량이 생산이 아니라 시스템 통합과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회사 역량을 시스템 통합 기술과 디자인에 집중하고 대부분의 부품을 아웃소싱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주의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더라도 비즈니스의 핵심 성공 요인까지 모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IBM은 컴퓨터 설계의 핵심인 하드웨어 회로도는 물론 데이터 입출력 방식을 결정하는 프로그램의 소스코드까지 모두 공개하는 개방 전략을 취했다. 이 때문에 PC 시장의 주도권이 운영체제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중앙처리장치의 인텔로 넘어가고 IBM은 PC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개발 과정에서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는 폐쇄형 혁신 모델을 채택했지만 제조는 대만의 폭스콘에 아웃소싱했다. 또 누구나 애플 제품에서 사용 가능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앱의 유통은 앱스토어에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는 "애플처럼 무엇이 자신의 비즈니스에서 핵심인지 파악하고 핵심이 아닌 것들만 외부에서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때는 외부 혁신과 내부 혁신을 병행해야 효과가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LG전자는 구글이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다. 구글이 새로운 서비스를 자회사인 모토롤라에 우선 제공할 경우 모토롤라의 경쟁사인 LG전자가 곧바로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독자적 운영체제인 `바다`를 출시하고 바다 플랫폼에 지원을 계속하고 있는 삼성전자와는 상황이 다르다.

강진아 교수는 "기업 외부에서 조달한 역량은 인수ㆍ합병을 통해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잃어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반복되는 것이 비즈니스계인 만큼 협력 관계가 깨질 수 있음을 고려하고 기업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이 인원 감축을 우려해 동요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실시되면 내부 기술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회사의 방침에 저항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꼭 감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내부 기술의 라이선싱으로 인한 성과를 관련 사업 부서의 성과에 반영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두려워 오픈 이노베이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급변하는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었음에도 그곳에 합류할 수 없다면 쇠퇴하는 길뿐이다. 현재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100년 이상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P&G 등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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