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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아는분이 팀장이 되면 하는 루틴을 말한 적이 있었다.


1. 팀장이 된다.
2. 몸과 뇌를 분리시키는 연습을 한다.
3. 냉장고를 주문한다.
4. 출근 전 뇌를 분리하여 냉장고에 넣는다.
5. 출근한다.
6. 일을 한다.
7. 퇴근한다.
8. 냉장고의 뇌를 다시 몸에 넣는다.
9. 잠을 잔다.

그냥 우스게 소리로 듣던 내용을 신임팀장에게 들려주자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면서 단순한 우스게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라는 역할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보스처럼 지시하는 것이 아닌 앞에 나서서 이끌어주는 것을 기대하지만, 막상 리더가 되면 이끄는 것은 할 수 없고, 누군가의 아바타처럼 채찍질과 무모한 지시사항을 반복하는 앵무새가 된 것 같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리더들의 역량발휘보다는 리더들의 충성도의 영역이 더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은 단순히 특정 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 드라마에서 수없이 많은 리더들의 행태들을 우리는 보는 것도 일부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삶속에 어쩌면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한다.

유능하더라도 결국 기업의 정치속에 빠져드는 순간 자신의 능력과 무관하게 움직이던지, 아니면 그 리더자리를 던져버리던지 선택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 후자보다는 전자에 충실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기업의 Risk의 원인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아는 문제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번 반복적인 문제에 반복적인 오답을 적용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최근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 역사서를 읽다보면 2천년이 흘러오는 과정에서 매번 동일한 문제와 반복되는 실수 그리고 그에 따른 흥망성쇄가 오랜동안 지속된다는 점이다. 역사서에 기록된 실수를 하지 않기만해도 되지만, 인간 본연의 내면속에 잠재된 구조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리더의 능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존재하는 곳이 성장을 잘 할 것인지 아니면 경영층의 의중을 파악하여 흐름을 타는 정치적 리더가 중요하는 문화가 성장을 할 것인지는 명확하다. 전자는 리더들의 소속감과 충성도에 기인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문화일 경우 기업은 지속성장을 하게 되고, 후자는 기업오너 또는 창업주의 특별한 능력 예를 들어 스티브잡스나 일론머스크와 같이 일관된 리더싶을 가진 능력있는 지도자(?)를 신봉하는 구조적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성장을 하는 경우로 구분될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들에게서 전자를 선택하기 보다는 후자를 선택한다. 그래서 리더의 역량은 결국 자신의 의중을 파악하고 자신의 뜻하는 방향대로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창업주가 특출난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거니와 지속하기도 힘들다. 당장 2세, 3세로 넘어가다보면 결국 창업주를 뛰어넘는 능력보다는 정치적 영역으로 변질되는 경우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리더가 되면서 잘 적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결국 그런 문화적 토양의 특성에서 커온 사람과 아닌가의 차이일 수 있다. 문화적 토양 즉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거나, 리더의 정치적 능력이 중요한 그런 문화속에서 살아온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경우와 그 반대적 상황 즉 역량이 중요한데 정치적 능력을 키우거나, 정치적 능력이 중요한데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경우는 리더가 되면서 자신 스스로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리더가 된다는 것, 최근처럼 리더 기피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은 명확한 정답보다는 상황에 맞는 오답을 줄여나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나타나는 상황이 아닐까 한다.

이상적 리더상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리더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일에 대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만, 그저 뇌없이 다니는 회사생활에 대해서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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